6월 27일 여왕벌이 가출을 했다.
얼마 되지도 않는 벌들을 데리고 탈주.
딱 저거 두배만큼 남고 다 데리고 도망갔다.
태어난지 얼마 안 되는 녀석들과 어디 나갔다가 돌아온 놈들만 남아있는 느낌.
뭐 어쩌겠나. 있는 것들이라도 살려야지...
벌들이 왜 도망갔는지, 처음부터 시작한다면 어떻게 했어야 했겠다 싶은 것들을 정리해본다.
왜 나갔을까?
난 당연히 분봉을 나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새로운 여왕벌을 분양 받으러 간 양봉장 형님이 절대 그럴리가 없다고 하셨다.
왕대도 안 만들고 집을 버리고 나간다고?
그건 토종벌들 한테는 종종 일어나도 양봉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아마 여왕벌이 병에 걸려서 나갔을 거라 추측하셨는데,
짐작 가는 일이 너무 많았다.
1. 벌들이 너무 적었다.
2. 환경이 그리 좋지 않았다.
3. 온/습도 관리가 전혀 되지 않았다.
누군가 벌을 키워보고 싶은데 검색해 보다가 이 글을 읽게 되었다면
진심으로 당부한다.
벌은 벌통채로 사와서 시작해라...
작게 키우고 싶다고 나처럼 500마리에 왕대 하나 달아놓으면 벌들이 제대로 살 수가 없다.
벌통의 크기와 밀도가 중요하다.
벌이 뭉쳐있는 걸 '봉구'라고 하는데,
벌통 안의 벌들도 벌통의 크기에 맞게 일종의 봉구를 형성해야
자기들끼리 붙어서 온/습도를 유지하고 질병에 걸리지 않는다.
벌은 개체가 아니라 군체로써 한 생명체라는 말을 이제야 좀 알 것 같다.
벌은 일단 수가 많아야(공간에 비해 밀도가 높아야) 건강하다.
올 여름은 초반에 유난히 더웠다. 위 사진은 6월 초에 찍은 영상에서 캡쳐.
벌통 내부 온도가 43도까지 올라갔었는데 당연히 나가고 싶지...
벌들이 알과 애벌레를 양육할 때 필요한 벌통 내부의 적정 온도는 33~36도라고 한다.
하지만 옥상 바닥 페인트 색이 하얀색이라는 점이 문제가 되었다.
빛을 몽땅 반사해서 벌통에 쬐여주니 온도가 안 올라가고 버틸 수 있을리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벌들이 다 도망가고 나서 타프를 쳐줬는데 온도가 잡혔다.
다이소에서 산 5천원짜리 타프(?)다.
이걸로 비바람도 햇빛도 다 해결 되는데 왜 미리 안 했을까..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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