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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피 이야기 - 커피에 대해 좀 아는 척 하고 싶을 때 필요한 정보
    일상다반사 2022. 8. 27.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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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기본적으로 술을 싫어하고 커피를 좋아하는데, 주변에 보면 꼭 반대인 사람들이 있다.
    난 여름에 큰 사이즈의 아이스 아메리카노라도 한 네 모금이면 다 먹을 수 있는데 소주는 14번에 나눠서 핥아먹는 것처럼, 술은 항상 원샷으로 마시면서도 커피는 몇 시간이 지나도록 반도 마시지 못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의 특징이 있는데 술을 좋아하는 동시에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더라고.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커피를 마실 때 자기도 같이 뭐라도 시켜서 앉아 있지만 커피에 대해 잘 모르니 입을 닫고 있거나 괜히 카페인이 안 들어간 다른 음료를 시켜서 또 조용히 앉아있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커피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를 알려주고 그에 대한 대화를 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이 포스팅의 목적이다.
    이 글이 인기가 좀 있거나 심심하면 중급자, 고급자 코스도 써 볼 예정이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초보자

    커피에 대해 아는 척을 하고 싶다면 이탈리아를 좀 아는게 좋다.
    커피 용어가 대부분 이탈리아에서 유래했기 때문이다. (사실 음악 용어도 마찬가지다. 피아노 포르테 스타카토 같은 것들)
    우리나라 사람들이 김치에 자부심을 가지듯이 이탈리아인들은 커피에 자부심을 가진다.
    사실 이탈리안들이 커피를 처음 발견하고 마시기 시작한 건 아닌데, 에스프레소를 현재의 형태로 고정시키고 발전시킨 것이 이탈리아다. 현재 전 세계 사람들이 카페에서 주문하고 마시는 대다수 형태의 커피는 이 에스프레소 기반이다. 여러분이 커피가게에 가서 볼 수 있는 커피 중 더치류와 드립류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커피가 이탈리아 '카페'에서 파생되었다는 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아메리카노는 그 에스프레소를 그냥 물에 섞은 거다.

    그래서 기본적인 커피 이름은 다 이탈리아어다.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카푸치노, 카페라떼, 카페모카, 마끼아또, 아포가토, 꼰빠냐

    우리나라로 치면 배추김치, 총각김치, 오이소박이, 갓김치, 깍두기 등과 마찬가지란 소리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이 '김치'라고 하면 기본적으로 무엇을 떠올리는가?
    단연코 배추김치다. 가장 기본이 되는 그것을 우리는 그냥 김치라고 부른다.
    이탈리아인들에게 그렇게 기본이 되는 것이 에스프레소다.
    그래서 이탈리아를 포함한 유럽에서 그냥 커피를 주문하면 에스프레소가 나온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이탈리아인은 커피(coffee)라고 말하지 않고 카페(caffe)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커피라고 읽는 건 원래 몇몇 천박한 놈들(영국, 미국, 네덜란드 등) 뿐이었다.

    이탈리아인들이 커피에 가지는 자부심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김치와 맞먹는다고 말했는데,
    여기에 비슷한 비유가 하나 더 있다. 바로 '기무치'다.

    한 20년쯤 전에 일본에서 김치를 자기들 음식이라고 주장했다가 전 국민이 개빡친적이 있었다.
    그래서 기무치따위를 어디 감히 김치에 비비냐고 어마어마한 분노를 쏟아내고 남의 문화를 훔쳐가는 이에 대한 경멸을 토해냈었는데, 이와 완벽히 같은 포지션에 위치하는 것이 있다.
    여러분의 주변 사람들이 매일 마시고 있는 바로 그 커피. '아메리카노'다

    아메리카노가 무슨 뜻일까?
    딱 봐도 견적이 나오지 않는가?
    우리가 아는 단어 중에 저것과 가장 유사한 의미와 용법을 가진 단어가 있는데 바로 '조센징'이다.
    조센징은 일본어로 단순히 '조선인'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는 저 말을 듣는 순간 분노가 치미는데, 저 말에 혐오와 경멸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아메리카노'도 마찬가지의 의미로 쓰인다.
    ‘아메리카노’는 말 그대로 ‘미국인’이라는 뜻이다.
    해외에서 어쩌다 말을 트게 되었던 이탈리아인에게 직접 들은 말이다.
    천박하고 근본 없는 미국 놈들이나 좋다고 마시는 구정물이란 의미로 쓰이는 것이 '아메리카노'다.
    (이에 대한 유래는 중급자 코스에서 이야기해 주겠다.)

    우리나라에 스타벅스가 들어온 지 거의 20년이 다 되어가는데,
    사실 스타벅스에 '아메리카노'라는 메뉴가 없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저게 멸칭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20여 년 전 스타벅스 메뉴판에서 지금의 아메리카노의 위치에 있는 것의 이름은 그냥 '커피(coffee)'였다.
    이탈리아인에게 그냥 '카페'가 에스프레소인 것처럼, 미국인들에게 그냥 '커피'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아메리카노라는 말이다.
    이걸 이탈리아인들이 보고 뭐라고 생각했을까?
    감히 카페에 물을 섞어 마신다고?
    뿐만 아니라 '카페'도 아니고 '커피'라고 부른다고?
    한국인이 기무치를 들었을 때와 완벽히 같은 종류의 분노와 경멸을 담고 있는 말이 '아메리카노'다.
    그러니 앞으로 우리도 기무치를 보면 '일본인'이라고 말해보자.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메리카노'를 주문했고 지금은 어쩔 수 없이 메뉴가 변경된 상태다. 대한민국 만세

     

     

     

    오늘의 커피 단어

    카페 : 커피
    카페테리아 : 커피가게 (‘~리아’는 보통 ‘~’를 파는 가게를 뜻한다)
    * 유사 용법
    1. 핏제리아 : 피자가게
    2. 롯데리아 : 롯데 가게(그래서 롯데리아는 롯데를 팔지, 햄버거를 팔지 않는다.)
    라떼 : 우유
    카페라떼 : 우유 커피(서 양놈 들은 중요한 단어가 앞에 붙기 때문에 '커피우유'가 아니라 '우유 커피'다)
    카푸치노 : 카푸친 사람(가톨릭 남자 수도회. 수도복 색이 이와 같아서 붙였다.)
    마끼아또 : 마끼아레의 분사형으로 '얼룩진'이란 의미다.(젖소의 얼룩무늬처럼 까만 커피에 우유를 부어 얼룩지게 만들어서 붙은 이름이다.)
    아포가또 : 아포가레의 분사형으로 '끼얹은'이란 의미다.(아이스크림에 카페, 즉 에스프레소를 끼얹어/부어 먹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꼰빠냐 : con(with) + panna(생크림) = 꼰빤나. 생크림과 함께, 생크림을 얹어주는 커피

    아메리카노 : 미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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