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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왜 제목에 Re가 붙냐면, 거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기 때문이다.

얼마 없는 벌들 일단 다 합사/합봉 해줬다.

유튜브에 보면 어떻게 하는지 잘 나온다.

분무기에 소주 넣고 뿌려주니 안 싸우고 잘 붙었다.

그리고 다행히도 하루가 지나자 집나갔던 여왕벌만 빼고 대부분의 벌들이 집으로 돌아왔더라.

아마 객사하신 듯...ㅠ

 

7월 1일 새로운 여왕님을 모셔와서 넣어줬다.

여왕벌이 가출한지 5일차. 신나서 달려오는 모습에 속아서 미리 열어주면 안 된단다.

만으로 하루를 꼬박 지낸 뒤에 열어줬더니 잘 섞여들었다.

 

 

전 여왕님은 꼬리가 일벌들과 똑같이 노란/검은색 줄무늬라 찾기 어려웠는데

이번에 모셔온 분은 새까만 것을 보아하니 족보가 있는 분인 것 같다. 찾기가 쉽다!

 

그리고 알도 잘 낳는다. 일벌이 적어서 그 알들을 모두 케어할 수가 없다는게 문제지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벌 키우기를 시작하고 싶다면 벌은 꼭 벌통채로 사와서 시작해라.

작게 키우고 싶다고 벌 500마리에 왕대 하나 사와서 쌩 벌통에 쏟아 부으면 나처럼 망하는 거다.

 

7월 1일 새 여왕님 합사

7월 14일 새 여왕님 산란

8월 초 새 일벌들 출방

 

 

 

벌써 8월 중순인데... 이제 무밀기(꿀이 안 들어오는 시기) 시작인데 얘들이 세력을 불려서 겨울을 날 수 있을까...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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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7일 여왕벌이 가출을 했다.

 

얼마 되지도 않는 벌들을 데리고 탈주.

딱 저거 두배만큼 남고 다 데리고 도망갔다.

태어난지 얼마 안 되는 녀석들과 어디 나갔다가 돌아온 놈들만 남아있는 느낌.

뭐 어쩌겠나. 있는 것들이라도 살려야지...

벌들이 왜 도망갔는지, 처음부터 시작한다면 어떻게 했어야 했겠다 싶은 것들을 정리해본다.

 

왜 나갔을까?

난 당연히 분봉을 나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새로운 여왕벌을 분양 받으러 간 양봉장 형님이 절대 그럴리가 없다고 하셨다.

왕대도 안 만들고 집을 버리고 나간다고?

그건 토종벌들 한테는 종종 일어나도 양봉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아마 여왕벌이 병에 걸려서 나갔을 거라 추측하셨는데,

짐작 가는 일이 너무 많았다.

 

1. 벌들이 너무 적었다.

2. 환경이 그리 좋지 않았다.

3. 온/습도 관리가 전혀 되지 않았다.

 

누군가 벌을 키워보고 싶은데 검색해 보다가 이 글을 읽게 되었다면 

진심으로 당부한다. 

벌은 벌통채로 사와서 시작해라...

 

작게 키우고 싶다고 나처럼 500마리에 왕대 하나 달아놓으면 벌들이 제대로 살 수가 없다.

벌통의 크기와 밀도가 중요하다.

벌이 뭉쳐있는 걸 '봉구'라고 하는데,

벌통 안의 벌들도 벌통의 크기에 맞게 일종의 봉구를 형성해야

자기들끼리 붙어서 온/습도를 유지하고 질병에 걸리지 않는다.

벌은 개체가 아니라 군체로써 한 생명체라는 말을 이제야 좀 알 것 같다.

벌은 일단 수가 많아야(공간에 비해 밀도가 높아야) 건강하다.

 

온/습도 관리가 전혀 안 되어있다.

 

올 여름은 초반에 유난히 더웠다. 위 사진은 6월 초에 찍은 영상에서 캡쳐.

벌통 내부 온도가 43도까지 올라갔었는데 당연히 나가고 싶지...

벌들이 알과 애벌레를 양육할 때 필요한 벌통 내부의 적정 온도는 33~36도라고 한다.

하지만 옥상 바닥 페인트 색이 하얀색이라는 점이 문제가 되었다.

빛을 몽땅 반사해서 벌통에 쬐여주니 온도가 안 올라가고 버틸 수 있을리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벌들이 다 도망가고 나서 타프를 쳐줬는데 온도가 잡혔다.

 

다이소에서 산 5천원짜리 타프(?)다.

이걸로 비바람도 햇빛도 다 해결 되는데 왜 미리 안 했을까..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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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servation beehive

속칭 "관찰벌집"으로 검색하면 해외 제품은 쏟아지듯 나오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구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

북미나 유럽, 호주에서는 1,2프레임짜리 관찰벌집을 판매하기는 하는데, 우리나라는 배송해주지 않아서 배송대행을 맡겨야 하는데, 가격이 만만치가 않더라...

그러던 와중에 테무에서 발견한 아이템

 

딱 내가 생각하던 그것!

지금은 품절이지만(내가 막차 탔다!!) 가격도 16,650원으로 저렴했고, 결국 질렀다.

 

근데 생각보다 너무 작더라...

하지만 내가 생각하던 그 모양에, 위에 먹이를 넣어줄 수 있는 공간도 있어서 잘됐다 싶었지

그런 마음으로 내가 만든 개폐구도 달아줬다.

그리고 프레임에 저 밀랍판(소초)도 붙여주고 2군은 제대로 키워보려고 양봉장에서 왕대와 일벌들을 구매해왔다.

 

2024년 5월 21일 화요일

혹시 몰라 왕대는 2개를 붙였다. 즉 왕대(5,000*2=10,000원) + 벌 500마리(50,000원)=60,000원

 

 

분명 500마리쯤 넣어주신다고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적지 않은가?

문제가 생겼다.

이 놈들이 사생활 침해를 견디지 못하고 80% 이상의 벌들이 위의 먹이통에 들어가버린 것이다.(심지어 설탕물이 자작하게 차 있었다.)

 

축축하게 젖은 수백마리가 저 투명한 가림막 가장자리 틈에 입을 대고 뻐끔거리고 있는 모습이, 꿀벌을 좋아하는 나에게도 징그럽게 느껴져 사진으로 남기지는 못했다.

하지만 동시에 불쌍한 마음도 들었는데, 마치 용존산소가 부족한 물속의 물고기 떼들이 수면으로 나와 뻐끔거리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

 

이러다 다 죽겠다 싶어서 얼른 구매한 벌집에 투입해줬다.

 

5매 벌통

2024년 5월 22일 수요일

정성껏 조립해주고, 벌들을 투입. 다행히 죽은 녀석은 거의 없었다.

 

2024년 5월 23일 목요일

뚫려있는 왕대도 두개 다 확인했고, 다구리 맞고 집에서 쫓겨난 여왕벌도 확인 함.

하지만 문제가 생김

 

이놈들이 작은 통에 있던 시절을 잊지 못하고 사양기(꿀벌 밥통)에서 나올 생각을 안 한다는 것...

목요일부터 일요일 오전까지 약 5일동안 저기 짱박혀서 여왕벌이 있는지 없는지 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

심지어 첫날 이후로 소문(벌통입구)로 나오는 놈도 없어서 죽었는지 살았는지 탈출해버렸는지도 모르게 살더라.

이거 어쩌지 싶었는데, 저놈들이 몰려있는 반대쪽에 있는 화분떡에도 몇놈 모여있는 걸 보고, 그걸 저놈들 앞으로 가져다 놨더니 그 다음날부터 소초광에 붙어서 집을 짓기 시작했다.(2024년 5월 26일)

 

그러다 드디어 여왕님 알현

2024년 5월 27일 월요일

ㅠㅠ 얌마... 디진 줄 알았잖아...

 

그리고 오늘

 

결혼비행(MATING)

밥통에서 나올 생각을 안하던 놈들이 떼로 나와 지랄하길래 놀라서 달려가봤더니, 숫놈들이 나오기 시작하더라.

드디어! 짝짓기를 시작하는구나 싶어서 자리를 잠시 피해주고, 오후 4시 반쯤 벌통에 들어와있는 여왕벌을 확인했다.

짝짓기를 하고 왔다면, 3일정도 뒤부터 알을 낳기 시작할거다. 그럼 이제 드디어 벌키우기가 시작된다.

 

왕대분양 5월 21일

출방 예정일 5월 22일

짝짓기 추정일 5월 28일

 

여기까지 정석적이다. 이대로만 가보자

 

미니 관찰벌집 16,650원

왕대, 벌떼 (5,000*2+50,000) 60,000원

5매 벌통(미조립) 18,500원

밥통(사양기) 3,900원

가림막 1,700원

소초광 (2,800*5) 14,000원

급수기 1,400원

특제 마개포 1,300원

 

2군 총 비용 : 117,45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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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세상에나... 벌이 없다. 

기후위기니 뭐니 하면서 꿀벌 실종에 대한 뉴스를 여기저기서 보고 듣긴 했는데

진정 벌이 없는 봄을 살면서 처음으로 경험했다.

그래서 해보려고 한다.

제로부터 시작하는 벌 키우기 생활

여러가지 시행착오들이 있겠지만, 기록하기 위해 포스트를 남긴다.

 

첫 구상

벌이 없는 이유가 무엇일까? 지구온난화? 등검은 말벌? 응애? 살충제?

저 모든 이유가 벌이 없어지는데 일조한 것 같다.

그럼 벌을 안정적으로 보존하고 키우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세상과의 완전한 격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모기장을 활용한 집 안에서 벌을 키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려고 했었는데, 

내가 벌의 생태를 몰라도 너무 몰랐었나보다.

 

프응형과의 이메일

프응형도 안 된단다. 그리고 여기저기 연락해본 양봉하시는 분들도 다들 안 된다고 하더라.

나도 생각해보니 벌들을 가둬서 키운다면 이놈들에게도 좋은 것이 아니다 싶기도 했고.

 

그래서 다음으로 구상한 것은 벌집을 집 안에 놓되, 출구만 창밖으로 내는 것이었다.

이미 해외에는 그런 사람들이 꽤나 있더라.

indoor beekeeping 혹은 observation beehive로 검색하면 그런 종류를 꽤나 찾아볼 수 있다.

요런 식으로

그래서 만들어봤다.

 

벌키우기 테스트 1군

 

다이소에서 2천원짜리 "적층형오동나무수납함(중)" 두개를 이어붙여서 높이를 좀 높여주고

 

 

윈도우 3d builder로 디자인한 개폐장치를 출력해서 달아줬다.

 

 

 

상자를 커터칼로 뚫어서 다이소 2천원짜리 고무나무 액자를 붙여넣고,

벌들이 살만한 밀랍으로 된 기초프레임을 만들어 줬다.

뒤쪽엔 환풍을 위한 구멍도 뚫어줌

 

 

 

사양방식은 서양애들이 많이 하는 "뚜껑에 구멍뚫은 유리병" 방식으로 정함

"적층형오동나무수납함(소)" 두개를 이어붙이고, 구멍을 뚫고, 화분용 그물망으로 막아준 뒤,

설탕물을 구멍뚫린 유리병에 넣고 뒤집어 얹어줬다.

 

 

벌 투입

벌집은 만들었는데 벌은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

놀랍게도 인터넷으로 주문이 가능하다.

쿠팡에서 벌들이 가장 건강해 보이는 리뷰를 검색하고 벌침용 벌 180마리 구입 및 투입

하지만 이건 여왕벌 없는 앙꼬없는 찐빵...

여왕벌은 그럼 어디서 구하는데?

 

 

역시 놀랍게도 인터넷으로 주문이 가능하다.

 

 

 

 

집에 3D 프린터가 있어서 개폐장치를 만들 수 있고, 외부 통로가 될 남는 호스가 있고, 남는 나사와 칼과 글루건과 목공용 본드가 있다는 가정하에 45,800원이면 집에서 벌을 키울 기반을 닦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결국엔 밖에 내어놓기는 했지만...

 

그러나

난 규모가 크지 않아도 된다고 그냥 막연히 생각했다.

하지만 여왕벌이 하루에 알을 얼마나 낳는지 처음 듣고 이 모든 계획을 전면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루에 2-3천개의 알을 낳는 벌이 저 조그만 통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결국 이건 미니 교미상정도의 역할밖에 못한다는 뜻이다.

그것도 태어난 여왕벌이 무사히 결혼비행을 다녀와야 무엇이라도 시작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새로운 벌통을 만들기 위해 시도 중이다.

 

2024년 5월 21일 왕대(여왕벌고치) 투입(출방 예정일 22일)

2024년 5월 22일 일벌(봉침용벌) 투입

 

결국 밖으로...

 

여기까지가 1군의 이야기.

하지만 2군도 있다.

 

P.S.

2024년 6월 2일 여왕이 없음을 확인.

1군은 잠정적으로 망했다고 판단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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