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세상에나... 벌이 없다.
기후위기니 뭐니 하면서 꿀벌 실종에 대한 뉴스를 여기저기서 보고 듣긴 했는데
진정 벌이 없는 봄을 살면서 처음으로 경험했다.
그래서 해보려고 한다.
제로부터 시작하는 벌 키우기 생활
여러가지 시행착오들이 있겠지만, 기록하기 위해 포스트를 남긴다.
첫 구상
벌이 없는 이유가 무엇일까? 지구온난화? 등검은 말벌? 응애? 살충제?
저 모든 이유가 벌이 없어지는데 일조한 것 같다.
그럼 벌을 안정적으로 보존하고 키우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난 세상과의 완전한 격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모기장을 활용한 집 안에서 벌을 키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려고 했었는데,
내가 벌의 생태를 몰라도 너무 몰랐었나보다.
프응형도 안 된단다. 그리고 여기저기 연락해본 양봉하시는 분들도 다들 안 된다고 하더라.
나도 생각해보니 벌들을 가둬서 키운다면 이놈들에게도 좋은 것이 아니다 싶기도 했고.
그래서 다음으로 구상한 것은 벌집을 집 안에 놓되, 출구만 창밖으로 내는 것이었다.
이미 해외에는 그런 사람들이 꽤나 있더라.
indoor beekeeping 혹은 observation beehive로 검색하면 그런 종류를 꽤나 찾아볼 수 있다.
그래서 만들어봤다.
벌키우기 테스트 1군
다이소에서 2천원짜리 "적층형오동나무수납함(중)" 두개를 이어붙여서 높이를 좀 높여주고
윈도우 3d builder로 디자인한 개폐장치를 출력해서 달아줬다.
상자를 커터칼로 뚫어서 다이소 2천원짜리 고무나무 액자를 붙여넣고,
벌들이 살만한 밀랍으로 된 기초프레임을 만들어 줬다.
뒤쪽엔 환풍을 위한 구멍도 뚫어줌
사양방식은 서양애들이 많이 하는 "뚜껑에 구멍뚫은 유리병" 방식으로 정함
"적층형오동나무수납함(소)" 두개를 이어붙이고, 구멍을 뚫고, 화분용 그물망으로 막아준 뒤,
설탕물을 구멍뚫린 유리병에 넣고 뒤집어 얹어줬다.
벌 투입
벌집은 만들었는데 벌은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
놀랍게도 인터넷으로 주문이 가능하다.
쿠팡에서 벌들이 가장 건강해 보이는 리뷰를 검색하고 벌침용 벌 180마리 구입 및 투입
하지만 이건 여왕벌 없는 앙꼬없는 찐빵...
여왕벌은 그럼 어디서 구하는데?
역시 놀랍게도 인터넷으로 주문이 가능하다.
집에 3D 프린터가 있어서 개폐장치를 만들 수 있고, 외부 통로가 될 남는 호스가 있고, 남는 나사와 칼과 글루건과 목공용 본드가 있다는 가정하에 45,800원이면 집에서 벌을 키울 기반을 닦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결국엔 밖에 내어놓기는 했지만...
그러나
난 규모가 크지 않아도 된다고 그냥 막연히 생각했다.
하지만 여왕벌이 하루에 알을 얼마나 낳는지 처음 듣고 이 모든 계획을 전면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루에 2-3천개의 알을 낳는 벌이 저 조그만 통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결국 이건 미니 교미상정도의 역할밖에 못한다는 뜻이다.
그것도 태어난 여왕벌이 무사히 결혼비행을 다녀와야 무엇이라도 시작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새로운 벌통을 만들기 위해 시도 중이다.
2024년 5월 21일 왕대(여왕벌고치) 투입(출방 예정일 22일)
2024년 5월 22일 일벌(봉침용벌) 투입
여기까지가 1군의 이야기.
하지만 2군도 있다.
P.S.
2024년 6월 2일 여왕이 없음을 확인.
1군은 잠정적으로 망했다고 판단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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